1. 서 론
2023년 발표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6년 태양광과 풍력이 국내 전력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정격용량(rated capacity) 비중은 약 41.2%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1). 특히, 2022년 약 1.9 GW에 불과했던 풍력은 2036년 약 34.1 GW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간헐성(intermittency)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은 전력시스템의 신뢰도에 더욱 복잡하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용량크레딧(CC, Capacity Credit)은 특정 발전원이 전력시스템에 기여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척도로서2,3,4), ELCC (Effective Load Carrying Capability)를 정격용량으로 나눈 값으로 산정된다. 여기서 ELCC는 전력시스템의 목표 신뢰도(reliability)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추가할 수 있는 부하수준(load level)으로 정의된다5). 전력시스템의 신뢰도 척도로는 LOLE(Loss of Load Expectation)가 대표적이며, 국내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사용되는 목표 LOLE 수준은 0.3일/년이다1). ELCC 기반 산정은 이론적으로 가장 정교한 CC 산정 방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ELCC 산정 과정에 필요한 많은 자료와 복잡한 계산과정으로 인해서 근사화 방법(approximation method)이 CC 산정에 이용되기도 한다6,7).
ELCC 기반 CC에 대한 국내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참고문헌8,9)에서는 제주지역의 풍력발전 CC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문헌10)에서는 국내 전력시스템 전체를 대상으로 풍력발전의 ELCC 기반 CC 산정을 다루었다. 또한 참고문헌11)에서는 ELCC 기반 CC 산정에 사용되는 태양광 발전의 이용률(capacity factor, CF) 추정에 내재된 불확실성을 통계적으로 정량화하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CC 산정에 관한 국내외 기존 연구 대부분은 원자력과 화석연료 등 전통적인 발전원만으로 이루어진 전력시스템에 태양광 또는 풍력 발전이 새로 추가되는 경우를 가정하여 CC를 산정하였다3,4,10,11). 재생에너지 보급 초기에는 이러한 가정이 나름의 의미를 가졌으나, 재생에너지의 보급이 상당히 이루어진 상황에서는 이미 보급된 재생에너지가 전력시스템에 미친 영향을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CC의 개념 정립과 산정이 필요하다. 특히 중장기 용량 및 발전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특성이 다른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함께 존재하는 전력시스템의 재생에너지 용량에 관한 CC 평가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12,13).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재생에너지가 보급된 전력시스템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대한 ELCC-기반 CC 산정을 목적으로 한다.
2. CC의 산정 방법
일반적으로 ELCC는 원자력 또는 화석연료 발전 등 전통적인 발전원만으로 이루어진 전력시스템에 태양광 또는 풍력발전이 추가할 때, 신뢰도 기준이 지켜지면서 전력시스템에 더해질 수 있는 최대부하의 양을 나타낸다. 전력 시스템의 신뢰도 척도 중 하나인 LOLE는 일년 동안 전력부하가 충족되지 못한 평균기간으로, 와 을 각각 시점 의 전력부하(MW)와 발전용량(MW)이라고 할 때, LOLE는 다음과 같다3,4):
식(1)의 발전용량()는 전력시스템의 정격용량 중에서 발전이 가능한 용량을 의미하는데, 발전기(power generator)의 정지시점(outage epoch)은 일반적으로 불확실하기 때문에 는 하나의 확률변수(random variable)로 취급된다. 본 연구에서는 기존의 연구와 같이 전력시스템에 속한 발전기의 작동 상태를 (on, off) 두 가지 구분하고, 각 발전기의 작동은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가정 하에서 생성된 COPT (capacity outage probability table)을 통하여 발전용량에 대한 확률분포를 구한다5,11).
전력수요(부하)가 이고 발전용량이 일 때 LOLE를 으로 표기하자. 그러면 LOLE 목표 수준 을 만족하는 최대부하 ELCC ()는 다음 식(2)와 같다.
정격용량이 (MW)이고 시점 의 이용률(capacity factor, CF)이 인 태양광 또는 풍력 발전의 발전량은 이 때문에 정격용량 인 재생에너지가 추가된 전력시스템의 ELCC는
그러면, CC ()는 전력시스템에 재생에너지가 추가되기 전과 후의 ELCC의 차이를 재생에너지의 정격용량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된다. 즉,
식(4)에서 구한 CC는 전력시스템에 태양광과 풍력 모두가 보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이 보급된 재생에너지의 용량에 관한 것임에 유의한다.
아래에서는 태양광 또는 풍력 발전설비가 이미 보급되어 운용중인 전력시스템에 새로 추가되는 재생에너지 용량 관한 소위 한계 CC (marginal CC)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의 정격용량이 각각 (MW)와 일 때, 태양광() 또는 풍력() 보급용량에 대한 한계 CC를 으로 표기하자, 여기서 이고 , . 앞으로 을 기준용량 그리고 을 목표용량으로 구분하여 부른다. 이라 하면, 기준용량이 일 때, 재생에너지 의 목표용량 에 대한 한계 CC 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식(5)에서 이고 은 시점 에 재생에너지 의 이용률이다.
한계 CC는 기 보급된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반영된 순부하(netload) (전력수요-기 보급된 재생에너지의 발전량)가 CC 산정에서 전력부하로서 사용되지만 식(4)에 주어진 CC에서는 전력부하로 전력수요가 사용되는 차이점이 있다. 이처럼 한계 CC를 통해서 기 보급된 재생에너지로 인해서 전력부하 행태가 변화된 전력시스템에 추가되는 재생에너지의 영향을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만약 기준용량 이면, 식(5)는 식(4)가 된다. 또한 특정 재생에너지 (예를 들어 풍력)의 기준용량 은 0으로 고정한 채 다른 재생에너지(태양광) 의 기준용량과 목표용량만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은 고려되지 않은 전력시스템에서 재생에너지 의 한계 CC를 구할 수 있다. 한편 순부하의 변화는 동일한 재생에너지의 보급용량 뿐만 아니라 다른 재생에너지의 보급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즉, 기 보급된 태양광의 용량이 풍력발전의 CC에 영향을 주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식(5)에 주어진 한계 CC는 이 모든 경우를 포함한다.
3. 풍력과 태양광의 CC 산정
3.1 입력자료
LOLE 계산에 필요한 발전용량에 관한 확률분포와 관련된 COPT를 구하기 위해서는 소위 기준시스템(benchmark system)의 설정이 필요하다11). 본 연구에서 기준시스템의 발전설비는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에 주어진 2022년 국내 발전설비를 참고하였다14). 신재생에너지 발전원들은 제외된 기준시스템에서 각 발전기 타입은 개별 발전기의 용량에 따라 다시 하위그룹으로 분류하였다. 예를 들어 원자력은 용량이 서로 다른 5개의 하위 그룹이 있으며, 원자력 발전소의 총 개수는 24대이다. 다만, 열병합발전소는 사용연료별로 단일 발전소로 가정하였다. 기준시스템에 포함된 전체 발전용량은 110,237 MW로 2022년 1월 발전설비용량의 약 82%에 해당되는 규모이다.
COPT을 위해서는 기준시스템에 포함되어 있는 발전기별 용량과 함께 계획 및 비계획 정지가 모두 반영된 정지확률이 필요하다. 하지만 발전기별 자료는 확보할 수 없어 본 연구에서는 원료원별로 주어진 월별 정지확률 5개년(2018 ~ 2022) 자료의 평균을 발전기 형태와 관계없이 발전 연료별로 동일한 정지확률을 부여하였다14).
한편, 전력부하 및 재생에너지 이용률 자료의 모든 시간 단위는 시간(hour)이며 일년을 8760시간으로 구분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2018년 ~ 2022년 5개년 시간대별 전력수요 자료를 이용해서 소위 정규화된 부하패턴을 구하였다11,14). 또한 태양광과 풍력의 시간별 CF를 시간별 발전량과 정격용량 자료를 이용해서 구하였다15). 여기에 포함된 자료는 전력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발전사업자들의 자료만 포함된 것으로 연도별로 차이가 있지만 풍력은 국가 전체의 85% 이상 그리고 태양광은 최대 69% 그리고 최소 37%로 통계적으로 충분히 유의한 표본규모라고 판단된다. CF 산정에 사용된 과거 5개년 자료 시기는 풍력은 2018 ~ 2022년 그리고 태양광은 2013 ~ 2017년으로 서로 다른데, 태양광의 최근 발전량 자료에는 시간대별 발전량에 ESS 시스템의 충전 및 방전이 반영되어 있어 이 효과가 없거나 미비한 2013 ~ 2017년 자료를 이용하였다. 풍력의 경우는 충전/방전 시스템의 도입 효과가 미비해 최근 5년의 자료를 그대로 이용하였다.
3.2 CC 산정 결과
Table 1은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의 기준용량이 없는 전통적인 발전원만으로 구성된 전력시스템에 풍력 또는 태양광이 추가되는 경우에(시나리오 0) 재생에너지의 목표용량에 따른 CC를 보여준다. 이 때 목표용량은 2022년 기준시스템에 포함된 전체 발전용량 TG (=110,237 MW)에 표에 주어진 보급률을 곱한 값(보급용량)으로 정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목표용량에 CF를 곱하여 구하는데, 이 때 사용된 CF는 개별 연도의 CF를 사용하였다. 따라서 5개년 각 연도의 CF 각각에 대응하는 5개의 CC가 산정되는데, 본 연구에서는 이들의 평균을 대표 CC로 정하였다. 복수 연도의 CF를 평균하면 일종의 완화 효과(smoothing effect)에 의해 CF의 변동성이 과소평가 되기 때문에, 5개년 평균 CF를 이용해서 대표 CC를 구하는 방법은 채택하지 않았다.
Table 1에서 보면, 보급률 10%까지는 태양광의 CC가 풍력의 CC에 비해 크지만 15% 이상에서는 풍력의 CC가 더 큰 CC값을 갖는다. 이는 전통적으로 전력수요가 높은 시간대에서 태양광의 CF가 풍력의 CF보다 커서 보급 초기에는 태양광의 기여가 풍력에 비해 크게 나타나지만 태양광의 보급이 어느 수준에 이르면 예전의 피크시간대의 부하는 오히려 낮아지는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 모두 보급 용량이 증가하면 CC는 감소한다.
Table 1
Table 2는 태양광 또는 풍력 중에서 특정 재생에너지 만 전력시스템에 존재하는 경우를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의 목표용량 변화에 따른 한계 CC 산정 결과를 보여준다(시나리오 1). 표에 주어진 한계 CC 모두는 5개년 CF로 산정된 5개 CC의 평균이다. 기준용량은 표에 주어진 기준용량비율(base capacity rate)에 2022년 기준시스템에 포함된 발전설비의 총용량(TG)을 곱한 값이며, 목표용량은 기준용량에 증분용량( 증분용량비율(incremental capacity rate) × TG)을 더한 값이다. 예를 들어, 기준용량비율이 1%이고 증분용량비율이 2%이면 기준용량은 이고 목표용량은 이다. 풍력의 기준용량비율과 증분용량비율이 모두 1%일 때 한계 CC는 0.1892이지만 기준용량비율 10%와 20%일 때, 증분용량비율 1%에 대응되는 한계 CC는 각각 0.1325과 0.1072으로, 동일한 목표용량이라도 기준용량에 따라 한계 CC는 다르게 된다.
표에서 보면, 특정 발전원의 기준용량이 주어졌을 때, 동일 발전원의 목표용량 증가에 따라 한계 CC가 감소하는 현상은 기준용량이 0인 경우와 동일하다. 한편, 기준용량이 증가하면 특정 목표용량에 대한 CC는 감소한다. 특히, 태양광의 경우, 풍력에 비해 기준용량 증가에 따른 목표용량의 한계 CC 감소가 두드러진다(Fig. 1). 태양광 보급이 확대되면 전력수요가 높은 시간대와 순부하가 높은 시간대의 괴리가 커지게 되어 태양광의 상대적 기여는 급격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풍력의 경우는 태양광에 비해 기준용량 증가에 따른 한계 CC의 감소가 태양광에 비해 완만한 모습을 보인다.
Table 2
Table 3은 태양광 또는 풍력 발전 중 특정 발전원의 기준용량이 주어진 상태에서 다른 종류 발전원의 목표용량에 따른 한계 CC의 변화를 보여준다(시나리오 2). 표에서 보듯이, 풍력의 한계 CC는 태양광의 기준용량이 커지면 목표용량에 관계없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태양광발전인 경우는 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기준용량이 10%일 때는 모든 목표용량에 대해 한계 CC가 기준용량이 0%에 비해 증가하지만, 기준용량이 20% 수준 이상일 때는 목표용량에 따라 기준용량 증가가 오히려 한계 CC를 감소시키는 경우가 생긴다. 이는 전력시스템에서 태양광 또는 풍력 발전의 기준용량이 다른 발전원 목표용량의 한계 CC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Fig. 2). 또한 이는 태양광과 풍력 모두를 동시에 고려하는 통합 CC를 최적화시킬 수 있는 태양광과 풍력발전 용량의 조합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2,13). 마지막으로 Table 4는 태양광과 풍력의 기준용량이 모두 존재하는 상황(시나리오 3)에서 풍력 또는 태양광의 목표용량에 따른 한계 CC를 보여준다.
Table 3
Table 4
4. 결 론
국가 전력시스템의 발전믹스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주요 발전원으로 자리 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재생에너지의 전력수요(또는 전력부하)에 대한 기여도를 나타내는 CC에 관한 올바른 정량적인 추정은 전력시스템의 신뢰성 제고와 경제적인 구축/운영 계획에 매우 중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전력시스템에 이미 보급된 재생에너지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재생에너지의 보급 용량에 대한 소위 ELCC 기반 한계 CC를 정의하였다. 2022년 국내 전력시스템을 기준으로, 과거 5개년 전력수요와 태양광 및 풍력의 CF 자료를 이용하고, 기존 보급 용량(기준용량)과 새로 추가되는 용량(목표용량)의 조합을 통해 구성한 다양한 시나리오 하에서 산정된 한계 CC를 제시하였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기준용량에 따라 동일 또는 다른 종류의 재생에너지 목표용량의 한계 CC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태양광의 기준용량이 풍력발전의 한계 CC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재생에너지의 보급 상황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 발전 이들 간에 최적의 용량 조합이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향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시스템의 신뢰도 유지를 위한 정책 및 계획 수립에 유용한 데이터를 제공하며, 다양한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효과적인 통합 방안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본 연구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용량이 동시에 결합하여 변하는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한계의 극복 또는 완화와 함께 태양광과 풍력 용량의 최적 조합을 위한 체계적인 방법론에 대한 연구를 추후에 수행할 예정이다. 또한 통계적 방법론을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분석 방법론을 적용하여 전력수요 태양광과 풍력의 CF에 관한 특성분석에 관한 연구도 필요하다. 한편, ESS의 도입 그리고 자가 발전(BTM, behind the meter)의 비중 증가 등 재생에너지 운영환경의 변화는 재생에너지의 CC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6,17). 따라서 이 같은 운영 환경에 변화를 반영하는 CC 산정 입력 자료의 적정성에 대한 검토 및 분석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